[농업경제신문 이호빈 기자] "누구나 익숙한 카카오톡으로, 단골 손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기대 중입니다"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 상인의 말이다.
카카오가 소신 있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 지원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카카오의 기업재단 카카오임팩트는 29일부터 보름간,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과 소통을 돕는 ‘우리동네 단골시장’에 참여할 10개 전통시장을 모집한다고 29일 밝혔다.
카카오는 5년간 총 3000억원의 기금을 활용할 카카오 공동체의 상생 방안 중 하나로, 소신을 가지고 사업을 운영하는 전국의 상인들이 카카오톡 채널로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다양한 모바일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신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전국으로 확대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은 소신상인 프로젝트의 일부로, 온라인 지식 교육 플랫폼 MKYU(MK&You University)와 함께 전통시장 상인들이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해 단골 손님을 만들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전통시장 내에 상주하는 MKYU의 디지털튜터가 온라인 고객 서비스 대응, 스마트채팅 활용 방법 등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교육에 참여한 상인들에게는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 비용을 지원하는 ‘단골시장 운영키트’를 제공한다. 지난 6월 프로젝트의 첫 발로 서울시 양천구의 신영시장을 선정한 바 있으며, 이번에 전국 다른 상인 복사 다른 상인 복사 10개 전통시장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참여를 원하는 전통시장은 29일부터 9월 13일까지 보름간 우리동네 단골시장 캠페인 웹사이트 내 ‘시장 모집’ 메뉴에서 지원에 필요한 서류를 다운받아 작성 후 이메일을 보내면 된다. 카카오 임팩트는 심사 과정을 거쳐 오는 10월 중 10개 전통 시장을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카카오 육심나 ESG 사업실장은 “소신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전국의 전통시장 상인이 디지털을 활용해 성공할 수 있도록,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며 “카카오가 가진 기술적 역량을 활용해 소신상인들의 우수한 상품과 자부심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동시장 복개상가.
“오죽하면 물건도 두고 피했겠어요. 사람부터 살고 봐야죠”
지난 7일을 전후로 광주지역에는 최고 50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광주천 수위가 높아졌다. 실제 범람하진 않았지만,광주시민들은 시시각각 통보되는 재난문자를 통해 광주천 범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인근 양동시장 상인들의 큰 피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지역의 피해 역시 심각했다. 하지만 광주천이 넘쳐 양동시장이 침수된다면? 이는 다른 어떤 곳보다 더 막막한 상황 전개를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시민들이 더 촉각을 곤두세우며 동태를 살폈던 게 광주천 수위이다. 일반 시민들이 이럴진대,당시 상인들의 속은 어땠을까?
다시 시간을 되돌려 지난 7일. 이날 오후 광주시 등 재난당국은 광주천 태평교의 범람이 우려되는 상황에 다다르자 양동시장 등 일대 상인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범람 위기에 놓인 양동시장은 상점 1180개가 영업을 중단하고 상인 23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일부 상인들은 비 피해를 우려해 며칠 전부터 바닥에 놓인 짐을 위쪽으로 옮기는 등 대비를 해온 상황. 대피령 속에서도 신속하게 철수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인들은 이리저리 짐을 옮기면서 시장이 물에 잠길까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채소를 판매하는 상인은 “짐을 정리하는 동안 광주천이 넘칠까 불안해서 박스를 옮기면서 두어 번정도 쏟았다”면서 “불안한 상황에서 정리를 하다 보니 실수를 하고 쏟는 일까지 생겼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우려했던 광주천 범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이 천일 같았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심정이다. 상인들은 대피 후에도 가슴 졸이며 뉴스를 지켜봤다.
양동시장은 상인들은 많게는 50여 년의 세월을 이곳에서 보냈다. 이같은 삶의 터전이 폭우에 잠길 처지였으니 노심초사할 수밖에….
태평교가 범람하게 되면 시장 전체가 잠겼을 테고,이는 상인들 입장에선 모든 것의 상실을 의미했다.
상인들은 “기록적인 폭우 앞에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면서 “그저 물건을 치워놓고 대피하는 방법 외에는 그저 큰 피해를 입지 않게 빌고만 있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가구를 판매하는 상인은 “그나마 시장 내에서 고지대에 속해서 조금은 안심했지만, 혹시나 다른 상인들이 피해를 입을까 내내 가슴조렸다”고 말했다.
이날 양동시장에서는 광주천의 수위가 높아지는걸 확인하고 대피하라고 방송을 했고, 상인들은 이에 협조하고 영업을 중지했다.
양동시장 주차장 관리 대표를 맡고 있는 건어물시장 이명근 상인회장은 새벽에도 시장에 나와 현장 분위기를 살피고 조치를 취하는 등 긴박했던 순간에 대해 설명했다.
이 회장은 “새벽 1시 넘어 태평교의 물이 넘치려 해서 모래 주머니로 일부 구간을 막아놨는데 다행히 범람하지 않아서 철수를 했고, 이후 다음날 오전 또 범람 위험이 있다고 하여 모래주머니로 다시 구간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면서 “장마가 길어지면서 새벽에도 분위기를 살피러 나오다 보니 잠도 못 자고 얼굴이 퉁퉁 붓고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다행히 양동시장에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피해를 입은 다른 시장과 주민들이 있어 힘들다는 말도 그저 미안하고,하루 빨리 복구 작업을 마쳐 생업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인천투데이=서효준 기자│인천 남촌농산물시장 채소2동 상인들이 "인천시가 입주 전 약속한 ‘채소 1, 2동별 품목제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관리사무소 소장 등 공직자 2명을 경찰에 직무 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14일 남촌농산물시장 채소2동 활성화 대책위원회가 고발한 남촌농산물시장 관리사무소 직원 2명의 ‘직무유기’ 혐의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논현서 관계자는 “지난 1월 27일자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인 진술 조사를 시작으로 법률 검토를 거친 뒤 피고발인 출석 요구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채소2동 활성화 대책위원회는 "인천시가 약속한 1, 2동별 취급 품목제한을 관리‧감독하고 이행해야할 관리소 직원들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남촌도농산물도매시장 채소2동 활성화 대책위는 지난 11월 오전 인천청 앞에서 '취급품목제한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집회를 개최했다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은 인천시가 구월동에 있던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을 확장 이전한 도매시장으로, 지난 2020년 3월 개장했다.
시는 새 도매시장 채소동을 1동과 2동으로 구분해 설계했다. 1동은 흙이 비교적 적은 상추‧깻잎‧브로콜리 등 양채류를 판매하는 곳으로, 2동은 무‧배추‧감자‧고구마 등 흙이 많은 구근류 채소를 판매하는 곳으로 설계했다.
시의 계획에 따라 상인들은 이전하기 전 본인이 취급할 채소류를 결정했고, 1동과 2동에 나눠 입주했다. 자리 추첨은 각 동별로 이뤄졌다.
문제는 입주 후 발생했다. 동별 품목제한은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1동 상인들은 2동에서 팔기로 한 구근류까지 팔기 시작했다.
남촌농산물시장 채소1‧2동은 바로 붙어있다. 하지만 고객주차장이 1동에 가까워 1동이 2동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2동으로 오는 손님이 계속 줄었다.
이에 채소2동 상인들은 남촌농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와 인천시에 품목제한 조치 이행을 여러 차례 촉구했다.
상인들은 남촌농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에 1동에 대한 품목제한 관리를 수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는 상인들이 주장하는 품목제한의 법적 근거가 없어 제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남촌동으로 이전하기 전 구월농축산물도매시장관리사무소가 상인들에게 보낸 공문에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이전에 따른 점포배정과 관련해 채소1동(일반채소), 채소2동(무, 배추, 구근류), 과일동 구분은 설계부터 결정된 사항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채소2동 활성화 대책위가 공개한 공문 일부
이어 “‘인천시 농산물도매시장 조례’에 따라 도매시장 위치, 면적, 사용기간과 그 밖의 사용조건에 관한 권한은 시장으로부터 관리소장에게 위임돼 있다”며 “관리소장은 시가 이전 당시 약속한 품목제한 조치를 이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그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촌농축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 소장은 “소장으로 부임하기 전 남촌동으로 이전해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며 “상인들 주장처럼 이전 당시 동별로 시가 나서서 품목제한을 했는지 확인하려 했으나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 품목제한조치를 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시설 개선 등 다른 방향으로 해결하고자 했으나, 품목 제한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상인들 입장이 강해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을 뿐이다"며 "직무유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상인家 출신이 쓴 채근담, 기업가정신 녹아있죠"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지난 21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퇴계인문관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권욱기자
‘은혜는 박하게 베풀다가 점차 후하게 베풀어야 한다. 처음엔 후하다가 나중에 박하면 사람들은 은혜 입었음을 잊는다.’
‘사업에 실패하고 형편이 쪼그라든 사람은 처음 가졌던 마음이 어땠는지 헤아려 봐야 하고 사업에 성공하고 꿈을 다 이룬 사람은 인생 막바지에 어떻게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청언소품(淸言小品) ‘채근담(菜根譚)’에 실린 문장들이다. 명나라 말엽 1610년을 전후해 지어진 채근담은 ‘동양의 탈무드’라고 불리는 지혜서다.
흥미로운 점은 채근담의 인기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확산된 게 아니라 일본에서 먼저 대중적 인기를 누린 후 한국과 중국에서도 주목받게 됐다는 사실이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시대부터 유행했던 채근담이 우리나라에서는 20세기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매일신보’ 연재와 한용운, 조지훈 등의 번역서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또 하나 특이할 만한 점은 기업인들의 ‘채근담 사랑’이다. 일본에서 기업인들 사이에서 먼저 회자됐고,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인들이 ‘인생 책’으로 채근담을 꼽는다. 인생 교훈을 담은 고전 명저가 한두 권이 아니건만 왜 유독 기업인들의 마음에 채근담이 깊이 가 닿는 걸까.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지난 21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퇴계인문관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권욱기자
최근 민음사를 통해 채근담을 평역 출간한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그 궁금증에 답해줬다. 안 교수는 “저자 홍자성은 중국 안휘성 휘주의 부유한 상인 가문 출신 학자”라며 “다른 학자들과 달리 당대 상업 세계를 잘 알았던 다른 상인 복사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조선에서처럼 명나라에서도 상업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탓에 상업에 대한 글을 직접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채근담 안에 상인 정신을 녹여냈다는 설명이다. 저자 홍자성이 상인 집안 사람이라는 사실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다. 안 교수가 이번 집필을 위해 여러 기록물을 찾아 연구하던 중 이를 알아냈다.
안 교수는 5년 전 민음사로부터 채근담 평역 제안을 받은 후 홍자성이 직접 간행한 초간본을 저본 삼아 청담본, 합벽본, 청간본을 모두 비교 분석한 후 주석과 해설을 보태는 작업까지 더해 책을 완성했다. 민음사가 “정본 정역(正本 正譯)”이라고 자신할 정도로 안 교수가 이 책에 쏟은 시간과 노력은 대단하다.
안 교수의 설명대로 상업의 관점에서 채근담을 다시 읽어보면 각 문장의 의미가 더욱 명징해진다. 처세(處世), 섭세(涉世), 출세(出世)에 관한 채근담의 방향성은 확실히 다른 중국 고전들과 다르다. 속세가 어지러우면 자연으로 돌아가 은둔과 무위를 지향하라고 권하거나 속세의 부귀영화가 부질없다고 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물욕과 쾌락을 배격하지도 않는다. 실패하더라도 포기하거나 도피하지 말고 재도전할 것을 권유하고, 인간 관계에 있어서는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고 배신의 가능성을 경계하라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제시한다. 기업인들이 유독 채근담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책에서는 홍자성의 본래 문장 뿐 아니라 안 교수의 평설이 더욱 우아하게 빛난다. 안 교수는 “책에 들인 노력 중 3분의 2가 평설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사실 원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옮기는 일은 한문학자에게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안 교수는 원문장에 담긴 뜻이 요즘 독자들에게 최대한 깊숙이 전해질 수 있도록 안식년 기간 내내 평설 작업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 결과 아름다운 우리 말에 현대적인 감각까지 살아 있는 채근담이 탄생했다.
마지막으로 안 교수에게 특히 좋아하는 채근담의 정신을 묻자 ‘견딘다’와 ‘주체’라는 단어가 돌아왔다. “견뎌낸다는 뜻의 내(耐)자는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표어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힘겹고 험난해도 ‘견딘다’는 말을 꽉 붙잡고 있으면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채근담은 또 주체적인 삶을 강조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입니다.”
0 개 댓글